도서명: 마지막 여행
저자/출판사: 매기 켈러넌 / 프리뷰
작성일: 2017.07.25

방문요양 일을 하면서 <마지막 여행>이란 책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가며 이번 달 독후감을 쓸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마음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매기 켈러넌은 미국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일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평화롭고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집에서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연명치료를 원하는 아들, 치료를 위해 병원들을 떠돌아다니다 지쳐서 마지막 수단으로 호스피스를 부른 노부부,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둘째 딸과 사회생활로 바쁘다는 이유로 한달에 한번 어머니를 보러오는 첫째 딸을 편애하는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역할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처방하고 상태를 체크하는 역할이 아니다. 환자가 원하는 간호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의논하고 환자와 그의 보호자와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환자와 그의 주변사람들과 갈등이 있으면 환자가 평화롭고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할 수 없고 환자가 죽었을 때 남은 사람이 가질 죄책감 등 때문에 갈등을 해결해주는 일도 한다. 그녀는 환자가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계속 일깨워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서로 기분 좋은 상태로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간호하는 일과 집안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한다. 그녀가 쓴 이 책을 읽으며 간호사로서의 사명이 얼마나 깊은지가 글에서 묻어나온다.

두 번째 이유는 매기 켈러넌이 롤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녀가 간호사로서 누구보다도 사명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하고 있다. 항상 진지했고 항상 남을 생각했으며 그러면서도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다. 호스피스를 부르는 것은 죽음을 인정한다고 생각해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부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방문했을 때 그녀를 반갑고 정중하게 반기는 집도 있었지만 가족들 중 누군가는 호스피스를 부르는 것을 원치 않아 달갑지 않게 대하는 집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호스피스 일을 완벽히 끝냈다. 어떤 상황에도 감정에 치우쳐 사람을 대하지 않았고 경청과 배려로 처음부터 마음을 연 사람은 그들의 고민과 고통을 덜어주고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았던 사람은 마음을 열도록 사람을 대했다. 그 점도 본받고 싶은 점이다. 간호사로서 이렇게 하라는 표본 같은 사람이다.

세 번째 이유는 매기 켈러넌이 내가 간호해야하는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환자로 보기 보다는 사람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떻게 하면 더 고통을 덜어주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시켜주며 남은 사람들까지 확실하게 챙기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두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다.

첫 번째는 치료의료와 완화의료이다. 호스피스는 치료의료가 아닌 완화의료이다. 치료의료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고 완화의료는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완화의료보다 치료의료를 더 원한다. 하지만 치료의료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런 합병증에 의해 더 고통 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죽음이란 두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완화의료는 사람들이 다들 원하는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병이 치료될 확률이 희박한데 치료의료를 해서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 고통 없이 주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죽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택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결말을 이렇다. 점점 잠이 많아지고 깨도 금방 또 잠들어버리는 혼수상태를 오가다 영원히 잠들게 된다. 이 결과는 완화의료를 한 것이 원인이다. 나도 이런 때가 온다면 완화치료를 택하겠다.

두 번째는 죽음이 다가올수록 원래 성격이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더 많은 사람들과 지내려고 노력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더 말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은 더욱 예민해지며 평소 농담을 즐겨했던 사람은 자신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엄숙하니 그 분위기가 싫어 죽음이 다가와도 다른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농담한다고 한다. 정리를 열심히 하던 사람은 병적으로 보일 정도로 계속 정리에 몰두한다고 한다